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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순환의 이론들

슘페터

경기순환과 관련하여 가장 널리 알려진 이론가는 오스트리아 태생의 경제학자 Joseph Schumpeter일 것입니다. 슘페터는 원래 오스트리아의 저명한 경제학자였고, 국가의 재정을 총괄하는 자리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나치 체제 하에서 미국으로 망명한 이후에는 하버드에서 교편을 잡았습니다.

슘페터는 기업가를 자본주의 체제가 작동하도록 만드는 원동력으로 생각했습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가들이 평형 상태를 파괴하면, 자본주의 경제 체제는 또다시 평형 상태를 찾아가기 위해 진화하고 성장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기업가들의 혁신을 그는 ‘창조적 파괴’라고 불렀습니다. 그는 불황이 혁신의 진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일 뿐이며, 궁극적으로 경제가 진화해가고 있음을 나타내는 하나의 신호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는 혁신이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혁신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불황을 거쳐갈 수밖에 없다는 의미였습니다.

 

* Breadline of unemployed, New York, New York. Getty Images

경기순환에 대한 연구가 집중적인 관심을 받게 된 계기는 1929년 미국의 대공황이었습니다. 그전까지 주식 시장의 붕괴 우려를 비웃던 경제학자들은 사라졌고, 모두가 이미 벌어진 엄청난 불황에 대한 설명을 필요로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또다시 이처럼 처참한 경험을 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인지를 궁금해했습니다.

슘페터는 1939년 발간한 저서 Business Cycles를 통해 경기순환과 관련된 이론들을 집대성했습니다. 여기에는 각각 다른 주기를 갖는 경기순환들을 설명한 주글라(Juglar), 키친(Kitchin), 콘드라티에프(Kondratiev), 쿠즈네츠(Kuznets)의 이론들이 포함되었고, 그는 이들을 통합하여 그토록 사람들이 원했던 불황에 대한 명쾌한 분석을 제공했습니다.

 

 

주글라 파동

경기순환 이론의 출발점은 주글라 파동입니다. 주글라 파동은 가장 널리 알려진 경기순환 이론으로, 대략 10년을 주기로 반복되는 경기순환을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Clement Juglar가 1862년에 그의 저서 A Brief History of Panics를 통해 소개했습니다.

주글라는 1803~1882년 동안의 영국, 미국, 프랑스의 물가, 이자율, 은행 대출액, 중앙은행 잔고 데이터에서 호황, 침체, 파산이 대략 10년을 주기로 반복되는 현상을 발견하였고, 기업의 설비투자에 따라 고용, 소득, 생산량이 변화하게 되는 데 그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즉,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이루어지면 해당 설비를 생산하는 기업들의 이윤이 증가하고, 물가와 이자율 등이 동반 상승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설비들의 경제적 수명, 즉 내용연수가 다하여 설비에 대한 재투자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물가와 이자율 등은 다시 감소하게 되며, 이러한 현상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면서 경기순환을 만들어낸다는 것입니다.

주글라 파동은 공황이 회피나 억제의 대상이 아니라, 경기순환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거쳐갈 수밖에 없는 단계라는 견해를 처음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그리고 10년이라는 주기는 누구에게나 어렵지 않게 관찰될 수 있을 만큼 짧았기 때문에 강력한 파급효과를 발휘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경기순환을 설명하는 정설로 자리 잡았습니다.

 

키친 파동

주글라 파동의 뒤를 이어 훨씬 짧은 주기의 경기순환을 설명하는 키친 파동이 등장했습니다. 영국의 통계학자이자 기업가였던 Joseph Kitchin은 1890~1922년 동안 영국과 미국의 어음교환액, 도매물가, 이자율의 변화를 분석하던 중 주글라 파동에 비해 짧은, 대략 40개월 주기의 경기순환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분석한 논문 Cycles and Trends in Economic Factors를 1923년 학술지에 발표했습니다.

그는 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의 흐름에 존재하는 시간 지연이 재고자산의 변화를 만들어내며 경기순환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습니다. 기업들은 보유한 자산으로부터 최대한의 생산성을 확보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생산의 잉여가 발생하게 되고, 공급 과잉으로 이어집니다. 이렇게 재고가 쌓이게 되고, 기업들은 생산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시간 지연이 발생합니다. 공급 과잉의 상황이 기업에 전달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기업이 이 정보를 얻고 난 후에도 실제로 생산을 줄이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생산을 줄이고 나면,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하며 생산을 다시 늘여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게 되는 것입니다.

키친 파동은 처음부터 주글라 파동에 대한 반론이 아닌 보완 이론으로 탄생했고, 주글라 파동과 마찬가지로 누구나 쉽게 관찰할 수 있을 만큼 짧은 주기의 경기순환을 다루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주글라 파동을 주순환 이론으로, 키친 파동을 소순환 이론으로 채택하여 다양한 산업군의 경기순환 패턴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 활용했습니다.

 

콘드라티에프 파동

한편, 공산주의 체제의 심장부에서도 자본주의 체제의 경기순환을 설명하는 이론이 등장했습니다. 구 소련의 경제학자였던 Nikolai Kondratiev는 1925년 그의 저서 The Long Waves in Economic Life에서 주글라 파동에 비해 훨씬 긴 주기로 반복되는 경기순환을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슘페터가 1939년 저서에서 여기에 콘드라티에프 파동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의 분석은 앞선 경기순환 이론들에 비해 훨씬 근원적인 변화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그는 1789년 이후 경제 흐름을 분석한 끝에, 자본주의 경제가 대략 50년을 주기로 팽창과 수축을 반복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는 경기순환의 근원적인 원인으로 불평등, 기회, 사회적 자유를 지목했고, 그 결과로 나타나는 기술적 진보, 출생률 변화, 혁명 등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혁명이 필요하게 만드는 현상으로 인종차별, 정치적 또는 종교적 배타성, 실패한 자유와 기회, 투옥률, 테러리즘 등을 들었습니다.

그는 경기가 회복을 시작하는 시점에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기술의 발전이 이뤄지며, 생산성이 개선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본격적인 확장 국면에 들어서면 성장이 정점에 이르러 정체되기 시작하는 동시에 시장은 행복감에 젖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 후 주식시장이 급락하고, 디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나타나게 되면 부도율과 실업률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시장 전체의 부채가 줄어들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다만, 그는 이러한 관찰을 근거로 경기 침체가 경제를 정화하는데 좋은 역할을 한다고 진단했고, 이는 당시 소련의 지도자였던 스탈린을 불편하게 했습니다. 결국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붕괴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는 1938년 스탈린에 의해 숙청되고 맙니다.

 

쿠즈네츠 파동

그 뒤를 이어 등장한 경기순환 이론은 쿠즈네츠 파동으로, 여전히 장기간이기는 하지만 콘드라티에프 파동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의 순환 주기를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콘드라티에프와 마찬가지로 구 소련 태생이지만 젊은 시절 미국으로 건너가 경제학자가 된 Simon Kuznets가 1930년 그의 저서 Secular Movements in Production and Prices를 통해 소개했습니다.

그는 경기순환의 원인을 설명하는 데 있어 인구와 건설 경기의 변화에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그 원인으로 경제 성장의 단계에 따라 변화하는 소득 격차를 지목했습니다. 예를 들어, 항구 주변의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소득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도시와 농촌 간의 소득 격차가 늘어납니다. 그러자 농촌의 거주민들이 대거 도시로 이주해 오고, 도시에는 더 많은 건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정점을 찍은 소득 격차는 사람들을 밀어내고, 건설 경기가 꺾이면서 소득 격차는 다시 줄어들게 됩니다.

그는 이러한 경기순환이 대략 20년을 주기로 반복되는 것으로 관찰했고, 소득 분배와 자본 축적의 관계에 대한 연구에 몰두했습니다. 존스홉킨스를 거쳐 하버드에서 연구를 이어간 그는 결국 공로를 인정받아 197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콘드라티에프와는 다른 결말입니다.

 

푸리에 변환

사실 워낙 오래된 데다 술술 읽히는 이론들이 아니어서 머릿속에 구겨 넣기가 만만치는 않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한들 실생활에 무슨 도움이 될까 싶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이 코로나 시국에서도 날개를 단 것 같은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었다는 주변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기에도 뭔가 찜찜합니다. 이 이론들을 실생활에 활용하든 하지 않든, 이들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수학 시간에 배웠던 것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삼각함수는 주기적인 파동을 수식으로 나타냅니다. 구체적으로 사인(sine) 함수와 코사인(cosine) 함수가 그렇고, 탄젠트(tangent) 함수는 조금 다릅니다. 위 그래프에 나타난 경기순환 파동들은 각각 다른 주기를 갖는 사인 함수로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x는 연도를 의미하고, 각각의 사인 함수 앞에 붙어있는 계수 a들은 각 파동의 진폭으로 각각의 경기순환 파동이 어느 정도의 파급효과를 발휘했는지를 나타냅니다.

 

 

푸리에 변환(Fourier Transform)은 뭔가 복잡하게 보이는 주기 함수를 위의 삼각함수처럼 단순한 여러 개의 주기 함수들로 분해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단순한 여러 개의 주기 함수들을 복잡한 하나의 주기 함수로 조립하는 것을 푸리에 역 변환이라고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참고 삼아 알아둘 만한 것은, 적분 변환의 일종인 푸리에 변환은 무한 구간을 전제로 하며, 그 전 단계로 유한 구간에서 정의되는 급수(series)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즉, 유한 구간에서 각각의 주기 함수를 찾아, 무한 구간에서 적분하게 되는 것입니다.

슘페터의 성과를 수학적으로 표현하자면, 각각 다른 주기를 갖는 주글라, 키친, 콘드라티에프, 쿠즈네츠 파동 함수들을 푸리에 역 변환하여 단일한 경기순환 주기 함수로 만들어낸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즉, 위 그래프에서 실선으로 표현된 함수들로부터 점선으로 표현된 함수를 만들어낸 것과 같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개념일 수 있겠지만, 푸리에 변환을 찾아주는 다양한 앱들이 제공되고 있고, 엑셀에는 이를 위한 데이터 분석 툴이 탑재되어 있어, 실생활에서의 활용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 Fourier series Model Of The Market, TradingView

다만, 위의 개념적인 이론들이 푸리에 변환이라는 도구를 통해 실생활에 적용되는 데 있어, 사람마다 전혀 다른 결과를 받아 들게 될 수 있습니다. 변수, 계수, 상수를 어떻게 적용하는지에 따라 함수의 궤적이 전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시장에서 실제로 나타나는 패턴들은 위의 이론들처럼 단순하지 않습니다. 주기가 비대칭인 경우도 있고, 진폭이 계속 달라지기도 하며, 추세가 급격하게 달라지기도 합니다. 결국 변수, 계수, 상수가 어떻게 설정되는지에 따라 함수의 성능이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