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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숙박업의 운전자본

우리나라에서 숙박시설 개발, 투자 및 거래는 흔히 부동산 개발, 투자 및 거래와 동일하게 여겨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숙박업에서 부동산을 포함하는 비유동자산이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세계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즉, 숙박업에서 부동산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건 맞습니다. 그러나, 전부는 아닙니다.

개발, 투자 및 거래에 있어 숙박시설이 다른 부동산과 가장 다른 부분의 하나가 운전자본입니다. 운전자본은 사업을 영위할 때, 들어오는 현금과 나가는 현금 간에 발생하는 시차를 관리하기 위해, 즉 지급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현금성 자산을 의미합니다. 여기에서 들어오는 현금은 매출을 의미하고, 나가는 현금은 비용을 의미합니다. 통상적으로 운전자본은 매출채권을 포함한 유동자산에서 매입채무를 포함한 유동부채를 차감하여 계산합니다.

발생한 매출이 실제 현금으로 들어오기 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재화나 용역을 구입하면서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것은 매일 발생하는 일이지만, 결제한 금액이 정산되어 사업자의 계좌에 입금되는 것은 대체로 월 1회 있는 일입니다. 이처럼 발생한 매출이 아직 현금으로 들어오지 않은 상태를 매출채권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매출이 발생했다는 것은 소비자에게 재화나 용역을 제공하기 위한 비용이 발생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비용은 발생한 매출이 현금으로 들어오기 전에 지급되어야 할 수도 있고, 후에 지급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매출이 현금으로 들어오기 전에 비용이 지급되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사업자는 보유한 현금성 자산으로 비용을 지급하게 되고, 발생한 비용이 아직 현금으로 지급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매입채무로 기록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숙박시설의 운전자본

일반적인 부동산의 경우, 매출인 임대료는 대부분 월 1회 발생합니다. 그리고 관련 비용 또한 대부분은 월 1회 지급됩니다. 즉, 들어오는 현금과 나가는 현금 간의 시차를 관리하는 것이 쉽습니다. 설령, 시차가 발생하는 경우에도 임차인이 입주하는 시점에 예치하는 임대차 보증금이 이를 관리하기 위한 운전자본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반면, 숙박시설의 경우, 매출은 하루 단위 혹은 시간 단위로 발생하게 되고, 비용 또한 항목별로 다양한 지급 주기를 갖습니다. 즉, 들어오는 현금과 나가는 현금 간의 시차를 관리하는 데 있어 난이도가 훨씬 높습니다. 게다가 제3의 운영사에게 임대차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숙박시설의 경우 운전자본은 대부분 소유주의 자본금을 통해 조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숙박업의 속성은 객실을 하루 단위로 임대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연 단위로 임대하는 다른 부동산에 비해 변동성이 큽니다. 또한, 일반적인 부동산의 경우 실제 사용 여부와 무관하게 임대료가 지급되는 반면, 숙박시설의 경우 실제 사용하지 않는 객실에 대한 요금의 전부 또는 일부가 환불 대상이 됩니다. 즉, 들어오는 현금의 변동성이 무척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숙박업의 자산 구성은 일반적인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같은 비유동자산의 비중이 절대적이고 노동 집약적인 특성 때문에,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이 커다란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리고 자산을 확보하기 위해 일부 자금을 대출로 조달하한 경우라면 여기에 이자비용이 더해지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숙박업의 운전자본에 대한 부담은 들어오는 현금의 높은 탄력성과 나가는 현금의 비탄력성 때문에 다른 부동산들에 비해 무척 높게 나타납니다.

항상 예외는 있는 법이지만, 대체로 유동자산에 비해 유동부채의 규모가 항상 큽니다. 즉, 대부분의 경우 운전자본은 음수이기 때문에, 그만큼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거나 바로 조달할 수 있어야 지급능력이 확보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기업경영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00부터 2020년까지 우리나라 숙박업의 운전자본 절대값은 총자산 대비 평균 14.6% 수준이었고 표준편차는 4.6%였습니다. 총자산 대비 운전자본 비율의 변동성은 크지 않았던 셈인데, 영업이익이 상승하는 경우 부담이 감소했고,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경우 부담이 증가했습니다. 부담이 가장 작았던 때는 한일 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으로 총자산의 5.6%였고, 부담이 가장 컸던 때는 호텔 신규 공급이 급증하기 시작했던 2014년으로 총자산의 19.7%였습니다.

 

운전자본 최적화의 중요성

운전자본은 매출의 변동성과 비용의 탄력성으로부터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즉, 매출의 변동성이 크고 고정비의 비중이 큰 숙박업의 경우, 매출의 변동성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는 한 현금성 자산에 여분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여분을 비축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시장이 호황일 때 발생하는 영업이익에서 이익잉여금을 유보하는 것입니다.

한국은행의 ‘기업경영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00부터 2020년까지 우리나라 숙박업의 운전자본 절대값은 총매출 대비 평균 64.1% 수준이었고 표준편차는 32.1%였습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우리나라 호텔업 매출와 순영업이익이 고점이었던 2012년 전후로 운전자본이 장기간 평균을 상회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시장의 호황으로 인해 유동부채에 속하는 선수금 및 예수금이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와 함께 예약 부도가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지급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금성 자산을 함께 늘려야 하는 부담 또한 늘어났던 것입니다.

그러나 유보하는 이익잉여금이 많아질수록 자본의 비효율적 활용이라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는 것도, 생산 설비 등에 재투자를 하는 것도 아닌, 이른바 ‘노는’ 돈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업의 안정성과 성장성의 측면에서 보면,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은, 최적의 상태로 현금성 자산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개별 숙박시설의 운전자본을 최적화하기 위한 기준을 일률적으로 설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숙박시설이 속한 시장과 시장 내 포지셔닝에 따라 매출의 변동성과 비용의 탄력성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입니다.

숙박시설, 예를 들어 호텔 자산을 거래할 때, 통상적으로 거래 목적물은 비유동자산과 운전자본입니다. 즉, 비유동자산에 대한 매매 금액을 합의하고, 여기에서 운전자본을 차감한 것이 최종적인 거래 금액이 되는 것입니다. 다만, 거래를 위한 협상이 진행되는 중에도 영업이 지속되는 한 운전자본은 계속해서 달라집니다. 따라서, 거래 완결 이후 일정 기간 내에 거래 완결 시점 기준으로 운전자본을 정산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투자 금액이 정산된 운전자본만큼 줄어드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해당 운전자본은 고스란히 소유권을 넘겨 받은 숙박시설에 현금성 자산으로 예치되어야 하는 금액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소유권을 넘겨받은 숙박시설이 최소한의 지급능력조차 상실하게 되어 영업을 지속할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비수기와 성수기가 존재하는 숙박시설의 경우, 거래 완결 시점에 따라서는 돌려받는 정산 금액이 운전자본을 충당하기에 충분하지 않아 추가 자금 투입이 불가피한 경우들 또한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사실 운전자본 정산의 경우, 대부분의 부동산 거래에서 통상적으로 거쳐가는 절차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숙박시설의 운전자본 정산은 예상치 못했던 거래 목적물의 하자로 인한 환급금 정도로 여겨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만약 이렇게 돌려받은 운전자본 정산 금액이 숙박시설에 다시 예치되지 않고 엉뚱한 곳에 사용되면, 숙박시설은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수 있습니다. 채무불이행 상태가 되어 소송이나 유치권 행사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분양형 호텔과 운전자본

분양형 호텔들을 둘러싼 끊이지 않는 잡음에서 숙박시설의 운전자본 문제가 불러올 수 있는 상황이 드러납니다. 초기의 분양형 호텔들은 아파트를 분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부동산의 개발원가에 시행사의 이익을 더하여 분양했습니다. 여기에 해외 호텔 브랜드를 프랜차이즈로 도입하여 영업에 관한 모든 문제를 그들이 해결해줄 것처럼 홍보했고, 여기에 확정 수익률을 보장하며 수분양자들을 유인했습니다. 그러나, 프랜차이즈로 도입된 해외 호텔 브랜드들은 운영에 직접 관여하지도, 운전자본을 부담하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2013년부터 시장이 꺾이기 시작하면서, 운전자본을 따로 준비하지 않았던 시행사들은 확정 수익률은 고사하고 배당 자체를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늘어났습니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지켜본 후발 주자들은 운전자본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시행사 입장에서는 이른바 ‘노는’ 돈인 운전자본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었고, 평균적으로 3개월 운영 비용에 해당하는 금액을 자본금으로 하는 운영 법인을 설립하여 분양된 객실들을 임차하거나 위탁 받아 운영했습니다. 물론, 이때에도 분양을 위해서는 확정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이 필수적이었지만, 3개월 운영 비용을 초과하여 운전자본 조달이 필요해지는 경우 수분양자들에게 보장된 배당금을 한시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이 추가되었습니다.

사실 신축되는 숙박시설의 운전자본을 추정하는 것은 난이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과거의 영업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데다, 해당 숙박시설이 속한 시장에서 매출 관련 지표들의 포지셔닝 또한 검증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3개월 운영 비용이 시장 관행으로 자리잡게 된 것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중저가 호텔을 개관할 때 요청하는 초기 운전자본의 규모가 일반적으로 3개월 운영 비용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매리어트나 힐튼처럼 수많은 호텔들이 비용을 분담하여 공동으로 활용하는 인프라가 구축된 경우라면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3개월 운영 비용은 초기 운전자본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정상적인 분양가라면 3개월 운영 비용은 대략 총자산의 2.0% 내외 수준인데 반해, 우리나라의 숙박시설들의 운전자본은 평균적으로 총자산의 14.6% 수준입니다. 즉, 궁극적으로 3개월 운영 비용의 7배 수준에 해당하는 현금성 자산이 필요한 셈이고, 충분한 이익잉여금이 단기간에 쌓이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결국 소유주가 증자나 차입을 통해 직접 조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운전자본의 최적화

공급에 비해 수요의 성장 속도가 빠른 시장에서, 명확한 포지셔닝을 확보하여 우수한 영업 현금흐름을 보이는 숙박시설이 이른바 흑자도산에 처하는 경우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경험에 비추어 보면, 대부분은 운전자본이 제대로 조달되지 못하거나 관리되지 못하여 발생하는 상황입니다. 운전자본을 조달하는 것은 숙박시설 소유주의 몫이고, 이를 운용하여 현금흐름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운영사의 몫입니다. 따라서, 기존 숙박시설을 인수하는 경우에는 운전자본의 정산, 새로운 숙박시설을 신축하는 경우 초기 운전자본의 설정 과정이 무척 중요합니다. 숙박시설의 지급능력을 최적화하고, 재무 건전성 유지를 위한 기반이 형성되는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운전자본이 충분히 조달되지 못하는 경우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지만, 필요 이상으로 유지되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는 않습니다. 즉, 안정성과 성장성의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운전자본과 현금성 자산이 최적의 상태를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별 숙박시설의 운전자본은 숙박시설이 속한 시장의 매출 지표 동향과 해당 숙박시설의 포지셔닝 및 해당 숙박시설의 비용 탄력성으로부터 영향을 받습니다. 물론, 영향을 받는 정도는 시장과 숙박시설 유형 및 포지셔닝에 따라 편차가 크게 나타납니다. 어쨌건, 숙박시설과 숙박시설이 속한 시장이 과거에 보여왔던 운전자본의 변동성 데이터가 확보된다면 개별 숙박시설에 운전자본으로 필요한 최적의 현금성 자산은 얼마든지 추정이 가능합니다.

호텔리시스는 풍부한 국내외 호텔 투자 경험을 기반으로, 숙박시설의 운전자본 정산과 초기 운전자본 최적화에 대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내 최대 규모의 숙박업 재무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개별 숙박시설 단위의 향후 운전자본 추이를 예측하여 활용하고 있습니다. 운영 중이거나 소유하고 계신 숙박시설의 운전자본 최적화와 관련하여 도움이 필요하신 경우, advisor@hotelysis.com으로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