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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형 호텔 트라우마

언론을 통해 분양형 호텔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소식들을 생각보다 자주 듣게 됩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아직도 해결이 안 됐네?’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시끌벅적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확히 뭐가 문제고, 누구에게 책임이 있으며,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와 관련하여 들려오는 얘기는 많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1. 부동산 불패 신화

문제의 출발점에는 좋은 자산에 투자하여 안정적인 수익을 얻고자 하는 욕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이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인구의 가파른 증가와 경제의 고성장기를 지나 나름대로 경제 강국의 위치에 들어선 우리나라는 앞서간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고성장의 후유증을 겪고 있습니다. 치열해지는 경쟁환경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기업들은 인력을 감축하고 비용을 절감하고자 전력을 다하는 중입니다. 한편,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미래가 불투명해진 직접적인 노동을 수반하지 않는 소득의 원천을 찾아 주식, 채권, 부동산, 그리고 최근에는 암호화폐 등의 자산 시장에 몰려들고 있습니다. 냉정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허용된 자유를 활용하는 것이 결코 문제일 수는 없습니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선호도가 높았던 자산군은 부동산, 특히 주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파르게 성장하는 경제 덕분에 사람들의 생활수준 또한 가파르게 향상되었지만, 양질의 주택은 그 속도에 맞추어 충분히 공급되지 못했습니다. 주택의 공급이 전적으로 정부의 계획과 통제 하에서 일사불란하게 추진되었기 때문입니다 즉, 생활수준에 부합하는 주택의 공급은 항상 부족했고, 양질의 주택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여기에서부터 부동산 불패 신화가 시작되었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부동산은 가장 안정적인 동시에 수익률이 높은 자산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 Image Source: National Archives of Korea

문제의 근원은 비효율적 시장, 즉 시장 정보의 비대칭에 있습니다. 새로운 택지개발에 대한 정보를 남들보다 먼저 입수한 이들은 부동산을 통해 부를 축적해갔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는 치솟는 전세나 월세가 점점 버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즉, 부동산이 양질의 주택을 더 많은 이들에게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부의 양극화를 부추긴 결과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은 부동산이 안정적인 고수익 자산이기보다 수탈과 착취의 도구라는 인식을 확산시켰습니다. 그리고 정권의 성향에 따라 부동산은 경기 부양의 수단이 되기도 하고 규제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2. 호텔 시장의 배신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 세계의 경제가 주저앉았던 2009년에도 우리나라에는 그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동력의 하나는 아시아 전역에 몰아친 한류 열풍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드라마와 대중음악은 아시아 전역에 팔려 나갔고, 이를 따라 우리나라를 찾는 여행객이 급격하게 늘었습니다. 특히 이러한 한류 열풍을 제일 앞에서 이끈 것은 일본인들이었는데, 엔고로 소비력을 장착한 일본인들이 우리나라로 몰려들며 우리나라의 호텔들은 전례 없는 호황을 경험하게 됩니다.

당시 일본인들이 즐겨 찾던 명동에서는 1년 내내 빈 호텔 방을 구하기 어려웠고, 정부는 주택 시장과 마찬가지로 공급에 깊숙이 관여하기 시작합니다. 2012년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을 시행하며, 호텔의 공급 증가를 유도했던 것입니다. 빈 땅을 가지고 있거나 기존 건물을 허물고 재건축하려는 이들은 너도나도 호텔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땅에 호텔을 지으면 3~4개 층을 더 지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쨌건, 이 시기에 새로 허가를 받은 고밀도의 호텔들은 2015년경 개관을 목표로 신축 공사에 착수했습니다.

 

* Data Source: TourGo, Korea Hotel Association

그런데, 2013년 들어 엔화 가치가 떨어지자, 일본인들은 거짓말처럼 발길을 끊었습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호황에 시설을 확충하고 인력을 충원했던 호텔들은 난처한 상황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본인들의 빈자리를 중국인들이 채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일본인들과 달랐습니다. 개인 여행을 선호했던 일본인들과 달리 단체 여행 중심이었고, 숙박에 할당된 예산은 극도로 제한적이었습니다. 한 방에 4명 이상이 투숙했고, 그나마도 더욱 저렴한 숙박시설을 찾아 외곽 지역의 호텔이나 모텔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꾸준히 공사를 진행해온 호텔들은 2015년이 되면서 하나 둘 문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마주하게 된 시장은 처음의 기대와 전혀 달라져 있었고, 이들은 저가 수요를 최대한 많이 흡수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야 했습니다. 여기에 날아든 카운터 펀치는 2015년의 MERS와 2016년의 THAAD 정국이었습니다. 그나마 살벌해진 숙박시장을 억지로 지탱해오던 중국인들마저 발길을 끊었기 때문입니다. 새로이 시장에 진입한 호텔들은 체력을 비축할 겨를도 없이 생사의 갈림길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3. 분양형 호텔의 문제

그나마 자기 땅에 직접 호텔을 지어 올린 이들의 경우 문제가 외부로 확산되지 않았던 반면, 이른바 분양형 호텔들의 경우 문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었습니다. 숙박업의 가치사슬과 숙박 시장의 변동성에 대해 알 수 없었던 수많은 이들이 ‘확정 수익률 보장’이라는 말에 현혹되어 분양을 받았다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부채의 늪에 빠져버린 것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분양형 호텔들은 태생적으로 근본적인 문제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문제들은 언제 폭탄이 되어 터지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었습니다. 다만, 대다수의 시행사들이 애초에 이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고, 수분양자들에게도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면서 잠재적인 폭탄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첫 번째 문제는, 당시 분양형 호텔에 뛰어든 시행사들이 분양형 호텔 개발사업을 주택 개발사업과 비슷한 방식으로 접근했다는 데 있습니다. 주택 개발사업의 경우, 시행사가 부담하는 리스크는 분양이 완료되는 시점에 사라집니다. 즉, 얼마나 빨리 얼마나 저렴하게 개발사업을 완료하는지 여부가 유일한 리스크일 뿐, 분양이 완료된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그들이 신경 쓸 부분이 아닌 셈입니다. 그러나 호텔의 경우, 개관한 이후 어떻게 운영되는지가 자산가치에 더욱 커다란 영향을 주게 됩니다. 상업용 부동산인 숙박시설은 창출되는 현금흐름에 따라 그 가치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숙박시설은 주택 분양과 달리, 개관 후 현금흐름이 안정되기까지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5년까지도 소요됩니다. 그전까지는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부분은 개관 초기에 소유주가 운전자본의 형태로 조달하여 손실을 메꾸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주택 개발사업과 유사한 방식으로 추진된 초기의 분양형 호텔들은 이러한 운전자본 자체를 고려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즉, 수분양자들은 운전자본이 포함된 분양대금을 지불하면서 운전자본이 빠진 부동산만을 분양받았던 것입니다.

 

* Data Source: Financial Statement Analysis, KOSIS

두 번째 문제는, 숙박시설은 전체가 단일 사업장으로 현금흐름을 창출하기 때문에, 한 세대가 독립적으로 사용되는 주택과 달리 개별 객실마다 정확한 가치가 산출되기 어렵습니다. 어떤 객실은 다른 객실에 비해 더 많이, 더 비싸게 팔리는 반면, 어떤 객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즉, 객실마다 현금흐름 창출 능력에 차이가 있으며, 운영비용의 경우에는 안분이 더욱 복잡합니다. 팔리는 객실과 팔리지 않은 객실을 관리하는 데 어느 정도의 인건비와 재료비가 소요된 것인지, 그리고 각각 다른 마모율은 보이는 객실들 간에 수선유지비는 어떻게 나눌 것인지를 정확하게 나누는 것을 개관 전에 아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즉, 현금흐름 기준의 자산가치 격차가 분양 시점에 제대로 반영되기 어려워, 누군가는 실제 가치보다 싸게 또 다른 누군가는 비싸게 분양을 받게 되는 셈입니다. 이 부분은 개관 후 운영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킵니다. 예를 들어, 잘 팔리는 객실을 분양받은 수분양자는 잘 팔리지 않는 객실의 수분양자와 똑같은 배당을 받는 것에 불만이 쌓일 수 있습니다. 또 잘 팔리지 않는 객실의 수분양자는 잘 팔리는 객실의 수분양자와 같은 수선유지비를 부담하는 것에 불만이 쌓일 수 있습니다.

 

* Data Source: City and County of Honolulu

세 번째 문제는,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게 된 시행사들 상당수가 수분양자를 위해 소유 및 운영 구조를 최적화하기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악용했다는 데 있습니다. 초기 분양형 호텔들의 실패를 지켜본 후발 시행사들은 초기 운전자본을 감안하여 분양가를 올리고, 확정 수익률 보장을 내걸었습니다. 물론 초기에 이익이 발생하기 어려운 숙박시설의 수분양자들에게는 이 운전자본을 배당으로 둔갑시켜 지급했고, 운전자본이 소진되고 난 이후에는 손을 씻었습니다. 그리고, 수분양자들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불만을 통제하기 위해 운영법인을 페이퍼 컴퍼니로 설립하여 운영실적 정보에 대한 접근을 통제했습니다. 물론, 그 대가로 관리비를 받았는데, 그 재원은 초기 운전자본이었습니다. 일부 시행사들은 수분양자들을 위해 운영이 안정화되기 전까지만 본인들이 관리를 책임진 후 수분양자들에게 온전히 넘기겠다며, 혹여 생겨날 수 있는 의혹을 잠재우기도 했습니다.

 

4. 분양형 호텔의 의의

분양형 호텔은 엄밀히 말해 호텔이 아닙니다. 건축법 시행령은 숙박시설을 크게 관광숙박시설, 일반 및 생활숙박시설, 다중생활시설로 구분하고 있으며, 관광진흥법은 관광숙박시설을 호텔과 휴양콘도미니엄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관광진흥법은 호텔에 대하여 회원모집은 허용하고 있지만 분양은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분양형 호텔로 통칭되는 숙박시설들은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른 일반 및 생활 숙박시설에 해당됩니다. 즉, 모텔 또는 숙박시설로 사용 가능한 오피스텔과 비슷합니다.

미국의 경우, 객실마다 소유주가 구분된 호텔을 ‘콘도(Condo) 호텔’로 부르며, 하와이나 마이애미 같은 휴양지를 중심으로 한때 전성기를 구가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와이 앨러 모아나 지역의 트럼프(Trump) 호텔이나 마이애미 비치의 퐁텐블로(Fontainebleau) 호텔이 대표적인 콘도 호텔들입니다. 미국에서도 초창기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선 콘도 호텔들이 안정적인 수익률을 제시하며 수분양자들을 끌어들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변동성이 큰 현금흐름으로 인해 수익률의 변동성이 심할뿐더러 추가로 운전자본을 납입해야 하는 경우들 또한 비일비재했습니다. 결정적으로, 유명한 브랜드를 단 콘도 호텔들의 경우 주기적으로 리노베이션을 위한 자본적지출이 발생했고, 추가 투자에 부담을 느낀 수분양자들의 상당수가 호텔 객실을 주택으로 전환하였습니다. 즉, 많은 콘도 호텔들에서 객실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못하면서 상당수의 콘도 호텔들이 사라졌습니다.

 

* Data Source: CapEx 2014 by ISHC

아직까지 남아있는 미국의 콘도 호텔들은, 수익의 확보가 아니라 매년 휴가를 보내고 싶은 곳에 따로 돈을 들일 필요 없는 세컨드 홈을 마련한다는 동기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즉, 분양대금을 지급하고 나면, 내가 쓰지 않는 기간 동안 다른 사람들에게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따로 돈을 들이지 않고 재산세나 관리비 등이 알아서 해결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마이애미의 콘도 호텔들은 미국 북동부나 캐나다의 자산가들이, 하와이의 콘도 호텔들은 캘리포니아나 일본의 자산가들이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5. 숙박시설의 유동화

숙박시설은 사실 분양에 적합한 부동산이 아닙니다. 최근 들어 차별화된 부대시설의 역할이 주목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숙박시설에서 창출되는 현금흐름의 대부분은 객실을 통해 창출됩니다. 그리고 객실은 기본적으로 표준화된 상품의 대량생산 및 대량소비를 근간으로 하고 있습니다. 즉, 규모의 경제가 위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성수기와 비수기가 존재하는 숙박시장에서 현금흐름을 그나마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비싸게 팔 수 있는 방과 싸게 팔아도 되는 방이 동시에 필요하고, 운영비용에 있어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고정비를 최대한 분산시킬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즉, 숙박시설 전체가 하나의 자산으로서 의미를 가질 뿐, 개별 객실들이 독립적인 자산으로서 의미를 갖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영업의 안정성을 고려한다면, 개별 객실을 구분등기하는 것보다는 단일 자산으로서의 숙박시설에 대한 지분을 유동화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방법으로 생각됩니다. 이른바 리츠와 유사한 개념입니다만, 리츠는 리츠 대로 숙박시설과 딱 들어맞지 않는 한계들이 존재합니다. 무엇보다 창출된 현금흐름의 대부분을 배당으로 투자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부분이 그렇습니다. 숙박시설은 이익의 잉여가 발생할 때마다 시장의 변동성을 버텨내기 위한 운전자본이나 향후 리노베이션을 위한 자본적지출 유보금을 쌓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 Image Source: KBS

이미 커질 대로 커져버린 분양형 호텔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출발점은 구분등기된 단일 시설의 소유권을 다시 하나로 합쳐 자산 자체를 유동화하는 것일 듯합니다. 이를테면, 파쇄된 지폐의 조각들을 다이 이어 붙여 거래가 가능한 상태로 복구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과정에서, 각 자산의 운영을 전담하며 유동자산을 담는 법인을 별도로 분리하여 유동화하는 것 또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방향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분양형 호텔들과 관련하여 현재 계류 중인 소송들이 어떤 식으로든 먼저 정리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